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규정은 저작물을 실제 창작한 자연인에게 즉시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창작자 원칙’에 대한 예외규정이다. 저작권의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자 원칙에 대한 예외 규정인 만큼 위 업무상저작물의 성립요건을 제한적으로 엄격히 해석할 것이지 확대, 유추할 것은 아니다.

개요

저작권법 제2조 31호는 “업무상저작물은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등” 이라 한다)의 기획 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9조는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저작 물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저작자가 된다는 창작자 원칙에 따르면 회사 소속 직원이 회사의 업무로 저작물을 창작한 경우 실제 창작행위를 한 직원이 저작자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제9조는 업무상저작물에 대하여 창작자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업무상저작물이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경우에는 창작자인 업무종사자가 소속한 법인등을 저작자로 의제하고 있다.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를 정한 제9조는 이 조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실제 창작자가 아닌 법인등을 저작자로 간주한 다는 법적 의제 규정이라고 보고 있다.

1957년 저작권법은 ‘업무상저작물’에 대하여 정하지 않고 있었다. 1986년 개정 저작 권법 제9조는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 규정을 신설하였다. 현행법과 거의 동일하지만 단서에 기명저작물에 대한 예외를 두었다. 따라서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에 피고용인의 성명이 작성자로 기재된 경우에는 업무상저작물이 되지 않았고 피고용인이 저작자가 되었다.

2006년 개정 저작권법은 기명저작물에 대한 단서조항을 삭제하였고, 따라서 저작물에 작성자의 이름이 게재되어 있더라도 업무상으로 작성하여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으로 인정되면 업무상저작물이 되도록 하였다.


법인등의 업무상저작물의 요건

법인등의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제2조 제31호에서 정한 업무상저작물 요건과 제9조의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사용자의 저작물 기획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하여야 한다.

사용자의 범위

저작권법은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라고 정하였으므로, 법인인 이상 영리, 비영리, 사단법인, 재단법인을 불문하고 또한 단체로서 법인격이 없는 사단이나 재단 또는 조합 형태의 단체, 그 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된다. 저작권법은 “그 밖의 사용자”라 하여 개인 사용자 등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단체나 개인을 가리지 않으며, 사용자의 지위를 갖추면 된다.

대상 저작물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는 저작물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으며 일반적인 저작물은 물론 편집저작물, 2차적저작물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영상물 제작회사가 영상을 제작하는 데 참여한 감독이 프리랜서가 아니라 제작회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있던 피용자인 경우를 살펴보자. 영상제작자가 영상제작에 참여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자로부터 영상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를 양도받는 것으로 추정하는 영상물에 대한 특례규정 제100조 제1항과 법인 등을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의제하는 제9조가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저작자를 의제하는 업무상 저작물 규정(제9조)이 영상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를 양도받는 것으로 추정하는 영상 물에 대한 특례규정(제100조. 제1항)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영상물 제작회사는 1. 제9조에 의하여 피용자인 감독이 업무상으로 창작한 영상물에 대하여 공동저작자의 지위를 갖는다. 2. 위 특례규정 제100조 제1항에 따라 피용자가 아닌 영상제작 협력자로서 영상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자로부터 영상물의 이용에 필요한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아 저작재산권을 갖는다.

사용자의 기획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일정한 저작물 작성을 의도하여 구체적인 저작물 제작 방법이나 내용, 진행 방법 등을 정하여 제작을 명하는 기획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획은 업무상저작물 작성 이전에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로 나타나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다.

‘법인등의 기획’은 피용자가 법인등의 업무로서 저작물을 작성할 것을 예정하는 기획이라면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고용의 과정에서 통상적인 업무로서 기대되고 업무종사자가 저작물을 작성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업무처리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법인등의 묵시적 기획하에 저작물이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료들 사이의 의견교환을 통하여 수립된 기획을 업무에 반영하여 추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러한 기획도 ‘법인등의 기획’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피용자가 법인등의 기획과 관련 없이 임의로 저작물을 만든 경우에는 이미 피용자가 원시적으로 저작자의 지위를 얻은 경우로서 이에 대하여 사용자의 사후승낙이 있다고 하여 저작자의 지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법인등의 기획’은 법인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판례에서 인정한 법인등의 기획’은 1. 명시적이 아니라도 법인등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현출 된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의사를 추단할만한 사정이 있으면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2. 피용자에 대하여 지휘, 감독의 권한을 갖는 상사의 기획이나 동료들 사이의 의거교화 결과 확정된 기획도 포함한다.

업무종사자의 작성

첫째, 법인등 사용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작성되어야 한다. 즉 저작물을 만든 종사자와 그를 고용한 사용자 사이에 고용 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단 사용자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피용자가 작성한 저작물이 모두 업무상저작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업무의 실질적인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용 관계를 ‘고용 관계’로 제한할 것인지 그보다 넓게 ‘실질적인 지휘 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다. 관례는 고용 관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휘 관계에 있는 경우를 업무상저작물의 사용 관계로 포함하고 있다.

법인등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고용계약을 맺은 종사자’로 한정되지 않으며, 임원, 저작물을 제작하는 노무를 제공한 ‘파견근로자’,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고용의 외형적 지위가 아니라 사용자로부터 실질적 지휘, 감독을 받으며 업무에 종사하는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업무상저작물을 구성하는 실질적 지휘, 감독 관계는 피용자가 업무에 종사하는 내용 중

  1. 업무에 대한 지시 및 감독
  2. 업무결과물에 대한 처리
  3. 근무형태
  4. 급료 등 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질 수 있다.

셋째, ‘도급계약’에 의하여 저작물을 작성하는 경우는 업무상저작물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도급계약의 경우 업무상저작물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형식상 도급관계이지만 개발자가 저작물 개발을 위 하여 일정 기간 동안 회사에 출퇴근하면서 상당한 보수를 받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개발에 참여한 경우는 실질적 지휘, 감독을 받는 노무도급에 해당하며, 이 경우 업무 상저작물에서 요구하는 사용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업무상 작성 저작물

첫째, 피용자가 만든 저작물이라도 ‘저작물 제작 자체’가 업무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업무는 피용자에게 ‘주어진 업무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저작물 작성에 대한 업무지시가 없더라도 피용자가 맡은 업무의 내용상 통상적으로 저작물 작성이 기대되었던 경우도 업무상 작성에 포함된다.

‘피용자의 근무시간이나 근무 장소 및 형태’는 작성된 저작물이 업무 범위에 속하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하급심 판례는 피용자가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라도 고용되기 전에 이미 작성된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것이라면 업무상저작물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둘째, 피용자가 근무하는 시간이나 장소에서 저작물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관련이 없으면 업무상저작물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비록 피용자의 근무시간 외에 또는 근무 장소가 아닌 곳에서 저작물이 만들어졌더라도 사용자의 기획에 의한 업무수행으로 볼 수 있다면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 있다.

피용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의 일환으로 저작물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면서 쌓은 업무수행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여 업무수행과 별개로 저작물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학교수의 강의안은 대학교가 교수에게 업무로 그 작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도 대학교가 강의안을 기획하였다든지 강의안 작성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 감독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지도 않는 까닭에 업무상 저작물 저작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법인등의 명으로 공표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한 다른 요건을 갖춘 경우라도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것이어야 법인등이 저작자가 된다.

법인등의 명의

사용자가 개인이 아니라 법인인 경우 ‘법인 대표자 개인의 명의’로 업무상저작물을 공표하였다면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작물을 공표하면서 ‘법인등과 작성자의 명의가 함께 기재된 경우’ 작성자 명의가 저작자의 표시로서 기재된 것이라면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라도 볼 수 없고 작성자가 저작자가 된다. 반면에 작성자 명의가 단순히 업무분담의 표시로 기재된 경우에는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라고 보아 법인등이 저작자가 된다.

신문사에 소속된 기자가 작성한 글에 ‘기자의 명의’가 게재한 것 중 일반 기사의 경우에는 업무분담표시의 의미로 해석되고, 칼럼에 대하여는 저작 명의로 기재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기사는 시사적인 내용으로 저작물성이 낮을 수 있고 칼럼은 개인적 의견이 주를 이루어 저작물성이 높다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업무상저작물은 저작물성의 높고 낮음으로 그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기자가 작성한 일반 기사나 칼럼은 모두 신문을 구성하는 글을 작성하는 신문기자의 업무에 속할 수 있다. 기자가 작성한 일반 기사를 신문사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라고 보면서 같은 신문에 실린 칼럼을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반 기사 또는 칼럼에 해당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신문사나 기자의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 업무분담 내용 등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공표의 범위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한 ‘공표’는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거나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업무상저작물이 ‘단체의 구성원인 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한 경우’에도 발행에 해당하여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될 예정인 경우

피용자가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 아직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았지만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될 것이 예정’되어 있으면 법인등이 그 업무상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지위를 갖는다.

하급심 판례는 2006년 저작권법은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공표가 예정된 미공표저작물도 업무상저작물에 포함하기 위하여 구 저작권법 제9조의 ‘공표된’이라는 표현을 ‘공표되는’으로 개정하였으므로 미공표 저작물이라도 법인등의 명으로 공표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위 공표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하였다.

공표 예정은 없지만 만약 공표된다면 법인등의 명의로 될 경우

그런데 현재 업무상으로 작성된 저작물을 대외적으로 ‘공표할 예정이 없지만 만약 공표된다면 법인등의 명의로 된 경우’에도 ‘공표되는’ 요건을 충족하여 법인등이 저작자가 되는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다.

법인등이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창작자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표되는’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법인등의 명으로 공표될 것으로 예정된 경우를 넘어 공표 자체가 예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까지 포함할 수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이 경우는 ‘공표되는’ 요건을 결한 것으로서 업무상저작물을 창작한 피용자가 저작자가 된다. 다만 저작권법 제9조 단서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은 다른 일반 저작물과 달리 법인등 명의로 공표되지 않았더라도 법인등이 저작자의 지위를 갖는다.

계약 또는 근무규칙의 특약에 의한 예외

법인등 사용자의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계약이나 근무규칙에서 저작물을 작성한 피용자를 저작자로 한다는 특약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저작권법 제9조의 다른 요건을 갖춘 경우라도 계약 등에 피용자가 저작권을 갖기로 정하였다면 피용자가 저작자가된다.

이러한 계약 등은 저작물이 작성되어 저작권이 발생하는 시점에 존재하여야 한다.

저작물이 완성되고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어 법인등이 저작자가 된 이후에 비로소 위와 같은 계약 등이 성립된 경우에는 피용자에게 저작재산권이 양도된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저작권법 제9조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고용주인 법인등에게 제작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귀속된다는 약정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저작권 귀속약정에 불구하고 창작자 원칙과 강행규정인 저작권법 제2조 제2호나 제 9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창작자가 저작자의 지위를 갖는다. 다만 법인등을 저작자로 정하는 약정은 경우에 따라 저작재산권의 양도 합의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법인등 사용자의 저작권 원시취득

저작권법 제9조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법인등은 저작자가 된다. 저작자의 지위를 갖 는 법인등은 업무상저작물의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을 원시취득하게 된다.

법인등에게 발생하는 저작권에는 저작재산권뿐만 아니라 인격적 권리인 저작인격 권을 포함한다. 아직 미공표된 저작물이라도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등 제9조의 ‘공표되는’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등의 저작물로 성립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법인등은 저작자로서 갖는 공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