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연극저작물의 유형과 판례

저작권법은 연극저작물로 연극 및 무용, 무언극을 예시하고 있지만 그에 한정되지 않고 ‘몸짓이나 동작’으로 표현한 창작물은 연극저작물에 속한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연극저작물의 유형 3가지와 이 외 연극저작물에 해당하는 창작물에 대해 살펴본다.

연극

연기 동작의 창작성

저작권법 제4조는 ‘연극저작물’을 예시하면서 ‘연극’을 그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런데 연극에서의 동작은 ‘몸짓이나 동작’이 주된 표현형태가 되는 무언극이나 무용과는 달리 주로 극본을 실연하는 배우의 대사와 연관된 연기 동작으로 존재한다. 이러 한 연기 동작 그 자체만을 떼어내어 창작적인 동작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연극저작물이 되려면 연기 동작이 단순히 극본을 예능적으로 실연하는 범위를 벗어나 창작적인 동작의 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배우 스스로 또는 연출가에 의해 만들어진 연기 동작이 하나의 ‘동작의 형’으로서 창작성을 갖는다면 극본에 대한 실연과 별개로 연극저작물로서 성립할 수 있다. 이 경우 연극저작물은 어문저작물인 극본에 대한 2차적저작물 또는 극본과 별개의 새로운 저작물 형태를 갖는다.

종합공연예술로서의 연극

연극배우의 동작의 형이 연극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 작품 중 일부 구성요소에 대한 것일 뿐이다. 무대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연극, 뮤지컬, 발레 등은 종합공연예술로서 표현형식상 구분되는 음악, 미술, 극본 등 여러 가지 저작물이 결합하여 있는 결합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극 작품은 ‘동작의 형’에 창작성을 갖는 연극저작물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연극 작품은 어문저작물인 극본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 작품은 일반적으로 극본을 원저작물로 하는 단일한 2차적저작물 이 아니다. 연극 작품은 극본을 기본으로 무대장치, 의상, 조명, 음악, 연출자의 연출, 배우의 연기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무대장치나 음악 등 연극 작품 요소에 창작성이 인정되는 경우 미술저작물, 음악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극본을 예능적으로 표현하는 연극 연출자의 연출이나 배우의 연기는 저작권법 제64 조 제1항 제1호의 실연에 해당하며 저작인접권의 보호 대상이다. 연극배우의 대사, 표정, 동작 등에 배우의 개성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배우의 연기는 저작 물을 예능적으로 표현하는 실연행위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극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하여 창의성을 발휘한 연출자의 연출행위도 실연행위로서 저작인접권으로 보호된다.

그런데 연극의 연출가가 극본의 효과적 표현을 위한 통상적인 연출을 넘어서 연극 극본 및 연기자의 선정, 무대장치 등 연극 구성요소에 대한 선택, 배열, 구성에 창작적인 기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게임 저작물, 방송포맷 저작물에 대하여 여러 가지 구성요소에 대한 개개의 저작물성 인정과는 별개로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등에 창작성을 인정하여 저작물 전체에 대하여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처럼 연극이 갖는 개개의 구성요소의 저작물성과 별개로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구성 부분에 창작 성이 인정되면 연극 전체가 일종의 편집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논리는 연극 뿐만 아니라 다른 종합 무대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

체험전 ‘가루야 가루야’에 대한 대법원 2016다208600 판결

공연기획, 제작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원고는 밀가루를 소재로 하여 4개의 테마 방으로 구성된 어린이 체험전 ‘가루야 가루야’를 제작하여, 2005. 7. 9. 초연 이래 변론종결일 무렵까지 전국 각지에서 체험전을 진행하면서 원고와 P는 2009. 10. 13. ‘Q’라는 명칭으로 체험전의 구성과 내용을 표현한 어문저작물인 기획안을 창작하여 공동저작자로 저작권 등록을 마쳤는데 피고가 유사한 형태의 체험전을 열어 영업한 사안에서, 체험전은 어린이들의 밀가루 체험 놀이 참여를 위한 각각의 테마별 공간과 소품의 형태 및 배치, 무대장치의 구성과 배경, 체험 진행 배우들의 실연, 진행 방법 및 진행 규칙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있는데 그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에 따라 선택•배열되고 유기적으로 조합됨으로써 기존의 체험전 등과는 구별되는 창작성 개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였다.

위 판례는 체험전의 구성요소 선택, 배열, 유기적 조합에 의하여 창작적 표현을 한 것에 대하여 창작성을 인정하고 있다. 판례의 사안은 연극이 아니라 체험전 형태에 대한 것이지만 체험전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등과 유사한 표현 형태가 연극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보이고 그 경우 연극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에 의한 창작성이 존재하면 연극 전체에 대한 편집저작물이 성립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게임물, 방송포맷 등 복합적 저작물을 구성하는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구성 등에 대하여 창작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입장은 향후 새로운 복합적인 저작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코믹성악 공연물에 대한 대전지방법원 2014노1511 판결

“뮤지컬은 단독 저작물의 결합에 불과한 결합저작물이어서 뮤지컬 제작자가 뮤지컬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할 수 없다는 판례를 피고인은 원용하고 있으나, 위 판례는 뮤지컬의 제작자, 연출자가 뮤지컬 대본을 실제로 완성하거나, 그 대본에 따라 곡을 붙인 희곡작가나 작곡가로부터 뮤지컬의 대본과 악곡에 관한 저작권을 양도받지 않는 이상 뮤지컬 전체에 대해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저작물을 완성함에 있어서는 제작자나 연출자 못지 않게 대본의 작성 및 작곡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복수의 저작자들 각자의 창작 활동의 성과가 모두 동등한 비중으로 저작물의 창작에 관여하였다고 충분히 볼 수 있어 그 중 일부 저작자들에게만 독자적인 저작권이 있다고 보는 것은 오히려 부당하다는 취지이고, 본 사안은 D 오페라단에서 특정 클래식 악곡에 고유한 몸동작과 소품 및 코믹한 표현을 결부시켜 창작물을 완성시켰던 것으로서 복수의 저작자들의 관여에 의해 탄생한 결합저작물에 관한 위 판례와는 사안이 다르므로 검사가 D 오페라단을 저작권자로 특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안의 피해자 공연물은 특정 클래식 악곡에 고유한 몸동작과 소품 및 코믹한 표현을 결부시켜 완성된 작품이다. 위 판결에 대한 상고심 대법원 2015도2107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 공연물을 모방한 부분은 아이디어이거나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위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지만 피해자 공연물 전체가 편집저작물성을 가지는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만약 피해자 공연물을 이루는 클래식 악곡, 몸동작, 소품에 대한 선택, 배치, 구성에 창작성이 존재한다면 공연물 전체는 편집저작물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제3자가 피해자의 공연을 녹화하여 배포하면 피해자 공연물에 대하여 D 오페라단이 보유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종합공연예술로서 발표된 연극 작품을 무단으로 모방하는 경우 ‘연극 전체에 대하여 침해금지’와 연극 등에 결합하여 있는 다수의 ‘개별적인 저작물’에 대한 이용 금지를 함께 구할 수 있다.

뮤지컬 캣츠(CATS)’에 대한 서울지방법원 2000카합774 결정

공연금지가처분결정의 주문 및 신청취지: 1. 피신청인들은 신청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별지 목록 기재 뮤지컬 ‘캣츠(CATS)’의 공연을 제작, 홍보, 광고, 상연, 방영하여서는 아니 되며, 위 뮤지컬 ‘캣츠’의 공연에 사용되는 악곡, 안무, 의상, 무대장치, 조명을 연주, 가창, 실연, 제작, 설치,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2. 피신청인들이 위 뮤지컬 ‘캣츠’의 공연을 위하여 제작한 포스터, 공연 안내 책자, 입장권, 대본, 악보, 무대장치, 의상, 조명 등에 대한 피신청인들의 점유를 풀고, 이를 신청인이 위임하는 집행권에게 그 보관을 명한다. 3. 집행관은 위 제1, 2항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연극의 저작자

배우 동작의 형이 극본을 예능적으로 또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실연의 정도를 벗어나 창작성을 가져서 연극저작물로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를 창작한 ‘연출 자나 배우’는 연극저작물에 대한 저작자가 될 수 있다. 극본에서 연기자의 개성 있는 동작을 글과 그림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극본 작가’는 극본이 갖는 어문저작물 이외에 무체의 ‘동작의 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자로서 연극저작물의 저작자가 될 수 있다.

저작권법은 연속적인 영상을 필름 등에 고정함에 있어 창작성을 발휘된 영상물은 시나리오나 배우의 연기와 별개로 영상저작물로 인정하고 특례규정을 두어 ‘영상제작자’에게 영상물 이용을 위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와 마찬가지로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연극의 경우에도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연극제작자’ 가 있지만 저작권법은 연극저작물 등에 대하여 영상저작물 이용에 관한 특례규정과 같은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연극 작품을 기획하고 그 책임을 부담한 연극제 작자를 특별히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연출가에 대하여 연극 등에 대한 편집저작권을 인정하더라도 영상저작물제작자와 유사한 역할을 한 연극 제작자와 편집저작자인 연출가에 대한 관계나 연극제작자의 연극 구성요소 이용에 대하여는 위 특례규정의 적용이 없고 저작권 일반규정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오페라 ‘무영탑’에 대한 대구지방법원 2004가합14585 판결

오페라는 음악, 가사, 안무, 무대장치 등이 결합하여 있는 종합예술의 장르에 속하는 것으로서 여러 명의 저작자가 기여한 부분이 분리되어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합저작물’로서 결합저작물의 각 저작자는 각자 부분에 대하여 개별적인 저작권자가 되며 오페라의 제작, 공연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자라도 오페라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다면 독자적인 저작권자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 대한 대법원 2004마639 결정

신청인 A가 1995경 미국 영화 ‘사랑의 행로(My Fabulous Baker Boys)’를 보고 당시 활약하던 두 연극배우에게 배역을 맡겨 뮤지컬을 제작하기로 의도하고 신청외 C에게 대본을, 신청의 D에게 작곡을 의뢰하였다. 신청인 B는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대본과 곡을 두고 이 들과 의견교환 및 자구 수정작업을 거친 다음 1995. 7.경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 전체적인 조율과 지휘, 감독을 하여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이름으로 뮤지컬을 초연하였다.

당시 F가 제작자, 신청인 A는 기획자, 신청인 B가 연출자로서 개인 재산이나 노력을 출자하여 제작에 참여하면서 공연제작비 등을 전액 부담하였다. 그런데 피신청인들이 위 뮤지컬의 극본과 악곡에 관한 저작권자인 위 B, C로부터 공연물 제작에 관한 허락을 받아 이 사건 뮤지컬을 공연하게 되자 신청인들이 피신청인들에 대하여 뮤지컬에 대한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을 주장하여 공연 금지를 구한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판결에서 그대로 유지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04라246 결정은,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극의 구성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으로서 각본, 악곡, 가사, 안무, 무대미술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의 분야에 속하고 복수의 저작자에 의하여 만들 어진 것으로 공동저작물이 아닌 ‘결합저작물’에 속하고 뮤지컬 자체는 연극저작물의 일종 이므로 영상제작자에 대한 특례규정의 적용이 없으며, 따라서 뮤지컬의 제작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뮤지컬 제작자라도 뮤지컬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다면 저작권자라고 볼 수 없고 ‘뮤지컬의 연기자, 연출자’ 등은 실연자로서 자신이 한 실연에 대하여 저작인접권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연출자를 변경한 이 사건 뮤지컬이 배우들의 연기나 안무, 조명, 무대장치 등 연출자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부분까지 초연 뮤지컬과 동일하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없다며 신청을 배척하였다.

위 판례는 뮤지컬은 하나의 무대 종합예술로서 음악과 각본, 무대미술 등 다수의 저작물이 결합하여 있는 결합저작물의 형태임을 밝히면서도 ‘뮤지컬’을 ‘연극’과 비슷한 형태로 보고 일종의 연극저작물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뮤지컬이 영상저작물과 달리 영상저작물의 특례규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한다는 점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설시한 것으로 보이며 위 뮤지컬에서 공연한 동작의 형에 창작성을 인정하여 연극저작물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무용

안무의 저작물성

무용저작물은 동작의 모양에 창작적 표현이 있는 ‘안무’를 말한다. 안무는 안무가가 음악에 맞추어 기존에 알려진 여러 동작을 조합•구성하고 실연자의 배치 등을 구상하여 동작의 흐름을 창안하는 것으로서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조합 배열한 동작의 형이다. 무용 동작은 안무로서 연극배우의 동작에 비하여 저작물성이 인정되기 쉽다.

안무는 무보나 영상에 고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고정되지 않더라도 저작물로서 성립한다. 다만 무보를 저작권의 등록을 하거나 무용 동작을 녹화 등 방법으로 고정하여 안무저작물의 성립을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안무는 다양한 형태의 기존 안무가 있고 인간의 신체 동작을 통하여 구현되며 시간과 공간에 일정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표현 선택의 폭이 작을 수 있다. 안무 중 단순한 형태의 일련의 동작이나 특정 일부분만으로는 창작성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노래에 맞추어 구성원의 동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완결성을 갖는 안무의 경우에는 안무 전체에 대하여 창작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무용 동작의 모양을 창작한 안무가는 무용저작물의 저작자로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안무를 무대에서 예능적으로 표현한 무용가는 안무의 창작적 표현을 만들지 않았지만 실연한 자로서 저작인접권의 보호를 받는다.

‘샤이보이’ 안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011나104668 판결

이 사건 안무에 사용된 각종 동작의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석하면 각종 댄스 장르의 전형적인 춤 동작과 이미 공개된 춤에서 발견되는 특징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 안무는

  1. 특정 노래의 전체적 흐름, 분위기, 가사 진행에 맞게 종합적으로 재구성한 점
  2. 4인조 여성 그룹의 구성원의 역할(랩, 노래, 춤 등)에 맞추어 춤의 방식과 동선을 유기적으로 구성한 점
  3. 기존에 알려진 다양한 춤동작도 여성 그룹과 노래에 맞추어 상당히 창조적으로 변형된 점
  4. 각 춤동작이 노래 흐름에 맞추어 완결 형태를 가진 점

등을 종합하여 안무가가 노래에 맞추어 그룹 구성원에게 적합한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열한 것으로서 안무가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종합공연예술로서의 무용

무용은 안무 동작으로만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발레 작품의 경우와 같이 무용수의 춤동작과 무용에 사용된 음악, 의상, 조명, 무대장치 등이 결합하여 있는 종합예술 장르로서 무대에서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발레 작품은 외관상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더라도 창작에 관여한 저작자들 각자 기여한 부분이 분리되어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저작물이 아닌 단독저작물이 결합하여 있다고 보고 있다.

발레 ‘발레와 빛의 소리’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016나2020914 판결

이 사건 원고인 공연기획사의 운영자 A가 기획 제작하는 발레 작품에 대하여 이 사건 피고인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 B에게 안무를 맡겼는데 B가 발레 작품에 관하여 저작권등록을 하였다. A는 이 사건 발레 작품 전체를 총괄하여 기획•연출하는 예술총감독인 자신이 B에게 각 막별로 안무 의도 및 표현형식을 알려주고, 이에 따라 B가 안무가 겸 무용수 지도자의 지위에서 음악에 맞는 안무 초안을 짜고, 무용수들과 함께 A 앞에서 시연한 후 A가 그중 변경할 부분과 배제할 부분을 지적하면 B가 A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을 하여 A가 이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창작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이 사건 발레 작품이 업무상저작물 또는 자신과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B를 상대로 저작권침해 금지 등을 구한 사안에서,

1. 피고는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을 공연하기에 앞서 자신이 제작한 안무에 기초하여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서 공연할 무용수들을 지도하면서 공연연습을 실시하였고, 2. 원고가 공연연습 도중에 방문하여 무용수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거나 공연연습 과정을 확인하였을 뿐 무용수들에 대한 실질적인 무용 지도는 피고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3. 원고는 피고가 담당한 안무와 관련하여 무용수들의 등장 위치와 동작의 타이밍, 무용수들의 시선의 처리 등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그 수정을 요청한 적도 있으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의 기획자 또는 연출자의 지위에서 안무가인 피고에게 작품의 콘셉트에 맞게 그에 대한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고, 4. 작품의 공연 브로슈어에 원고를 예술감독으로, 피고를 안무가로 또는 원고를 대표:단장으로, 피고를 예술감독 및 안무가로 표시하였을 뿐 원고를 이 사건 각 발레 작품들의 안무가 또는 공동안무가로 표시하지 않았다 며 원고가 이 사건 발레 작품들 중 무용 부분의 저작자 또는 공동저작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였다.

전통춤의 저작물성

무용 중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춤은 이미 보호기간이 경과되어 만인이 공유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통춤을 기초로 새로운 안무를 만들어 내거나 변경 된 안무를 부가하면 전통춤과는 구별되는 창작적인 안무로서 새로운 저작물이 되거 나 또는 전통춤에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된 2차적저작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안무가 전래의 전통춤이 갖는 표현이 갖는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면 전래의 전통춤에 대한 복제물에 속하게 된다.


무언극

대사 없이 동작으로 표현하는 ‘무언극’은 무용과 유사하게 동작의 모양을 표현형식으로 하는 까닭에 무용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다.

드로잉쇼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카합2398 결정

무대에서 미술의 창작과정과 그 과정에 적용될 수 있는 특수효과 기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아래 목록 방법에 안무, 무대장치, 조명 등의 기법을 가미하여 무언극의 형태로 극화한 드로잉 쇼는 기존의 미술 기법 또는 다른 공연에서 이미 사용된 표현 방법을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아래 목록의 구체적인 표현 방법, 무언극으로 제작하기까지 소요된 기간 등에 비추어 드로잉 쇼에 사용된 아래 목록에 기재한 방법에 창작성을 인정하였다.

목록

  1. 그려 놓은 그림에서 순간적으로 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
  2. 흰색의 종이가 순간적으로 컬러 그림으로 바뀌는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
  3. 흰색의 종이 윗부분을 목탄으로 문지르면 없었던 그림이 나타나는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
  4. 조명과 먹물을 이용하여 긁어서 그림이 빛과 함께 나타나는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
  5. 유리에 그림을 그려 손전등으로 영상처럼 보이게 하는 그림자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
  6. 투명한 액체가 입김을 불어넣으면 빨간색으로 변하는 특수액체를 이용한 효과를 창출 하는 방법
  7. 특수 형광지를 배경으로 손전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
  8.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린 뒤 종이를 떼어내면 다른 그림이 만들어지는 효과 를 창출하는 방법
  9. 물감, 색연필로 그린 뒤 바나나 및 과일을 문질러서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효과를 창출 하는 방법
  10. 자석과 자석가루를 이용하여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고 사라지는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

위 판결은 위 드로잉 쇼가 대사 없이 동작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무언극의 형태라고 판시하여 저작권법상 무언극이 예시된 연극저작물에 해당하는 것처럼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위 드로잉 쇼는 연극저작물의 창작적 표현형식인 ‘동작의 외형적 표현’ 그 자체에 창작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위 판결이 창작적 표현으로 보고 있는 목록상 방법들은 드로잉 쇼의 전체적인 구조나 전개 과정 등 스토리를 표현한 것으로 무언극의 외형적 무대동작에 내재되어 있는 ‘내재적 표현’에 창작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의 연극저작물

음악 공연무대에서 출연자들의 무대 동작이 창작적인 동작을 갖는 경우 무용이나 무언극과 마찬가지로 연극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피겨스케이팅, 리듬체조 등 스포츠 분야에서 보여주는 안무도 경기 규칙에 따른 제한과, 해당 경기 분야에서 이미 보여준 기존의 동작이나, 통상적인 동작의 범위를 넘어서 동적인 신체 모습을 창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연극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다.

퍼레이드나 매스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동작과 전체적인 모양에 창작성이 있을 수 있다.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동작의 형이 창작적인 경우라면 일종의 안무로서 연극저작물이 성립될 수 있다. 카드섹션에서 연출된 전체적인 형상과 색채 등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미술저작물이 성립될 수도 있다.

‘난타’는 대사가 가질 수 있는 언어적 요소를 배제하고 주로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다양한 장르의 리듬과 비트,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연극, 무용, 마임적 성격의 다양한 움직임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연극저작물’의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난타’ 공연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0114104699 판결

원고는 자신이 ‘난타’ 초연 공연에 대한 시나리오를 창작하였는데 현재 피고가 원고의 시나리오를 약간 변형한 ‘난타’를 공연함으로써 원고의 공연권과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였다며 ‘난타’ 공연의 금지를 구한 사안에서, 원고가 작성한 시나리오는 ‘난타’ 초연 연출자로서 작성한 연출대본으로서 ‘난타’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 보호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원고의 시나리오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난타’는 악곡, 각본, 안무, 연기 등 각각의 표현양식들과 참여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창작적으로 표현되어 연극저작물로 성립•창작된 것으로서 다수의 공동저작물이 결합한 결합저작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또한 음악, 동작, 안무, 미술 등 난타’를 구성하는 각각의 표현양식들과 이를 매개로 참여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중첩적으로 얽히는 과정에서 ‘난타’의 구체적인 줄거리와 사건의 구성 및 전개, 그리고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 및 교차 등이 구체적이고 독자적이며 창작적으로 표현됨으로써 연극저작 물로서의 ‘난타’가 성립, 창작되었다고 하면서 원고의 시나리오는 원고의 연출을 포함한 다수의 기여로 창작된 ‘난타’의 표현형식 중 일부를 이용하여 연출대본으로 작성된 것인데 이는 외부의 물리적인 매체에 고정되기 어려워 공연 참여자들의 몸과 기억에 각인된 형태로 존재하던 연극저작물로서의 ‘난타’를 원고가 연출 작업을 위하여 언어라는 표현방식으로 변형•각색한 결과 ‘난타’에 대하여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 연출대본으로서의 시나리오 가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난타’는 무용, 동작, 음악, 미술 등의 표현양식 사이의 경계가 유동적인 상태에서 ‘난타’를 구성 하는 개별저작물에 대한 공동창작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위 판결은 ‘난타’는 공동저작물에 해당하는 다수의 개별저작물로 구성되어 있고, 이처럼 ‘난타’를 구성하는 다수의 개별 저작물은 각각의 분리이용이 가능하므로 결합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즉 ‘난타 전체’에 대하여 결합저작물로 인정하면서도 ‘난타를 구성하는 개별저작물’에 대하여 공동저작물로 인정하여 결국 ‘난타’는 다수의 공동저작물이 결합하여 있는 결합저작물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위 판결은 ‘난타’를 기본적으로 연극저작물에 속하는 것으로 보면서도 난타의 창작성을 ‘외형적인 동작의 표현’이 아니라 다수의 표현이 결합하여 있는 난타의 구성요소와 진행내용 등에서 찾고 있다. 이는 구체적이고 개성있는 소설의 줄거리가 내재적 표현으로 인정되어 보호받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판단으로서 내재적 표현에 대한 법리가 어문저작물뿐만 아니라 다른 저작물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